생애 처음으로 한 아르바이트 체험기 ª주저리 주저리

계획했던 일들을 모두 마무리하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찾아왔음을 기뻐하며 넘쳐나는 시간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던 11월.
그간 숨겨온 잉여력을 맘껏 뽐내고 있던 저에게 아르바이트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원래는 여행도 좀 하고 그간 못했던 소소한일들(누가 들으면 어디 암자에 들어가서 도 닦은 줄..)을 하려고 했었지만..
삼촌이 건넨 한마디 "너 우리 회사에서 알바 안할래?" 
이 한마디에 11월말부터 12월까지 잡아둔 계획은 전면 취소되었고 저는 팔자에도 없는 알바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또래 대학생들이 많이들 하는 말그대로 용돈벌이용인 알바같았으면 감동도 재미도 없을 것 같아 "싫어~~~~"하고 거절했을게 분명하였지만,
아름다운 시급과 겉보기에도 번지르르한 여의도의 금융회사 간지는 저로 하여금 알바의 세계로 입성하게 하였지요.
그리하여 저는 11월 23일부터 12월 30일까지 전혀 계획에 없었던 여의도 라이프를 슈렉 발톱 때만큼 알아가게 됩니다. 

처음으로 회사에 가는 날, 
아침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화장하고, 옷입고 9호선을 타고 달려 국회의사당에서 하차를 하였습니다. 
원래 출근 시간은 8시 30분까지인 회사지만 저는 알바생인지라 9시까지 출근이었어요. 
국회의사당역에 8시 30분쯤에 내렸는데 그 시간에도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많더군요. 

회사 로비에서 아이폰으로 찍은 기념사진이에요. 
안타깝게도 금융회사인지라 보안이 강해 저와 한몸인 데세랄은 집에 놓고 올 수 밖에 없었어요..ㅠ.ㅜ
임시출입증을 들고다니던 첫 주는 제 핸드폰 카메라에도 보안 스티커를 붙이고 들어가야했던 귀찮았던 시절..

훌륭한 시스템을 가진 엘리베이터(여기 엘리베이터 너무 맘에 들어요!! 백화점에 도입했으면 하는 바람^^)를 타고 
저는 제가 5주간 일하게 될 8층의 사무실로 올라갔습니다. 
거기에서 회사에 대한 소개와 제가 일하게 된 cross-sell기획팀이 어떤 부서인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일을 할 언니와도 인사를 나누었지요. 

그 곳에서 제가 한 일은 고객이 작성한 약정서를 스캔하여 그 스캔파일을 그 회사의 데이터베이스에 옮기는 작업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ctrl c, ctrl v만 죽어라 하면 되는 그야말로 아~~주 단순한 단순로동직입니다.

스캔할 약정서를 가지러 자료 창고에 언니와 함께 들어갔는데 인사를 나눈 후 언니가 다정한 말투로 저에게 한 말은
"Libra씨~ 회사에 어그부츠, 반바지 안돼요"
그래요...여긴 금융회사였어요. 그런 회사를 학교가는 복장으로 간 제가 참 센스라곤 약에 쓸래도 없는거였죠. 

처음엔 '복장단속이라니..상당히 시대착오적이고 구린 발상이도다'라고 생각을 했지만 결국 이것도 사회생활의 하나더군요.
제가 이걸 어떻게 깨달았냐면 12월 셋째, 넷째주에 회사에서 일년에 한 번 있는 행사로 '캐주얼 데이'를 했어요.
이 주간에는 정장보다는 청바지, 티 같은 캐주얼을 입고 다녀도 되는(이라고 쓰고 '다녀야 하는' 이라고 읽어요 우리...)날인데
저 역시도 이 날에는 조금 편한듯한 복장으로 회사를 갔습니다. 
그런데 복장이 편해지니 저도 모르게 하는 행동이나 말도 같이 캐주얼해지더군요-_-;; 

결국 회사를 다니면서 격식에 갖춘 옷을 입는 건 단순히 "나 회사원이야~~"임을 나타내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 옷을 입는 자신이 행동과 말을 조심하게 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긴장시키고 다스리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지요. 


이렇게 첫 날의 어리버리함과 시행착오를 뒤로 하고 저는 5주간 나름 열~심히 시키는 일을 다 해냈습니다^----^
처음에는 그 회사에 절 소개해준 분에게 누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하자 라는 마인드였는데, 
나중에는 일을 하다보니 제가 해야 될 양은 무조건 다 끝내고 일을 마치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저에게 주어진 일을 일주일이나 앞당겨 끝내고 나머지 기타 잔업무처리도 도와줘서 "일 잘한다."는 칭찬도 들었어요. 
게다가 이왕 하는 회사생활 제대로 해보라는 팀장님의 배려에 회의도 참석해보고 사원들 하는 왠만한 것은 다 해봤네요.^^;;

저 스스로 돈을 벌면서 돈 버는게 힘든 일임을 알게 되었고, 왜 사람들이 그렇게 돈을 벌려고 하는지도 알았고, 
저 역시도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여태까지 돈벌고 싶은 생각이 없었거든요...-_-;;

그리고..이건 좀 저의 편협한 시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왜 사람들이 그렇게 대기업을 선호하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더라구요. 
식당만봐도 여기 회사에는 지하식당뿐만 아니라, 뷔페식 식당과 크라제 버거가 있고, 직원들 전용의 헬스장까지..
말 그대로 '건물 통째로 쓰는'회사의 간지를 폴폴 풍겨줍니다.
거기에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과 그 분위기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들만의 자부심과 프라이드는 대단하더군요.
회사 시설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사회에서 인정받는 큰 조직에 속해 있다는게 어떤 것인지 알 것 같더라구요. 

짧은 기간동안 회사 조직의 언저리(ㅋㅋ)에서 일하면서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좋은회사'에서 일하는 즐거움과
또 그에 못지않게 학교와는 다른 사회생활의 모습에 마음이 별로였던 적도 있었지만,
저에게 있어 이 기간은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일 할 당시에는 기분 안좋은 일 생길때마다 가족, 친구들에게 불평을 있는대로 쏟아냈긴했지만요^^.




환기가 안되는 사무실에 있는지라 답답할 때가 많았는데 그렇다고 바람 몇 분 쐬러 1층까지 내려가자니 귀찮더라구요.
그래서 8층 휴게실의 창문을 열고 머리를 식힐 때가 많았는데 그 곳에서 보이는 국회의사당의 모습입니다. 

그러고 보면 여기 휴게실 커피가 정말 맛있었어요. 
아마 공짜 커피라서 더 맛있었을지도..^^
원두 그라운딩부터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종류별로 추출되는 커피머신이 참 좋아보여 "돈 벌면 하나 사야겠다~"하고
위시 리스트에 올려볼까 했는데 알고보니 이천만원짜리 기계라고 하더군요..-_-;;
그냥 오주동안 커피 실~~컷 마셨습니다^^.




<하나마나한 모자이크.jpeg>

회사로고는 가렸습니다만,,,,이미 글에서 어느정도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죠ㅋㅋㅋ
임시출입증과 컴퓨터 보안을 위한 OTP, 개인 서랍 열쇠 -> 알바 필요물품 3종세트 입니다.
이거 까먹고 놓고올까봐 맘대로 가방도 바꾸지 못하고 다녔어요.


이렇게 일을 마치고 어제 남은 미지급된 알바비도 들어왔네요.
요즘 새로나온 카드 홍보한답시고 제로를 외치는 그 회사, 저에겐 당분간 좋은이미지의 회사에요. 뭐가 좋냐하면..
1. 합리적인 엘리베이터
2. 공짜인데 맛있는 커피
3. 알바생에게도 지급되는 무휴수당(월~금까지 결근 없이 출근하면 하루 일당을 수당으로 더 주더군요.)
4. 맛있는 식사(지하 식당도 괜찮았지만 제 맘을 사로잡은건 뷔페식 식당(빕스 샐바같아요!!)과 크라제버거+ㅁ+)

대학생이라면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아르바이트는 꼭 한번쯤은 해야 할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제가 스스로 느낄 정도로 저를 철들게 한 아~~주 좋은 경험이거든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콩나물 국밥도 먹어보고 말이죠ㅋㅋㅋㅋㅋ(이거 너무 맛있어요!!)

이렇게 해서 번 알바비는 좋은 곳에 쓸 예정입니다.
저를 위해 좋은곳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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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하는 일 혼자 하는 것마냥 유별떠느라고 그간 블로그에도 소홀히 했어요.
분명 6시 땡퇴근이었는데 말이죠..
아르바이트 + 저의 바쁜 척 덕에 나름 바지런하게 돌아거던 블로그도, 단 하루도 저와 떨어진 적 없는 제 데세랄도
잠깐의 휴식을 가지게 되었네요.

뭐 지나가다 한 번 훝게 될 까 말까한 쩌리 블로그지만 그래도 이건 제 일기장이나 마찬가지니까요.
11월에 멈춰있는 블로그를 볼 때마다 방학 내내 일기밀리고 개학을 하루 앞둔 초딩의 마음이랄까..그런 마음이었거든요.
앞으로는 그간 밀린 일기 폭풍으로 올리렵니다.
3월 개강 전까지는..쩌리거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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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오리궁둥이 2012/01/05 20:26 # 삭제 답글

    이제 사회생활을 아시겠나요? ㅋㅋㅋㅋㅋ
    그 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 남은 학기도 잘 마무리해서 원하는 직업을 가지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전 ... 성공했으니까요 ㅋㅋ
  • Libra♡ 2012/01/14 10:23 #

    원하는 직업 가지고 싶어효!!!
    성공하신거 축하드려욧^^
  • 2012/01/07 15:1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Libra♡ 2012/01/14 10:24 #

    나 더 빨시게 굴러야하는거지??ㅠㅜㅠㅜ
    너없는 학교생활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들고 흐르지 못하게 살짝 웃는다..ㅠㅜ
  • 딸기봄 2012/01/13 20:26 # 답글

    알바 무휴수당은 작년인가 갑자기 생겼어요. 5일 근무하면 하루 줘야한다며... 저는 그냥 시대가 바뀌는구나 했는데 결재권자 가진 어르신들이 돈을 왜주냐며 땍땍 거려서 그거땜에 골치썩었던 재무 담당입니다 흑흑
  • Libra♡ 2012/01/14 10:24 #

    무휴수당의 존재 자체를 몰랐어요!!
    재무담당..단어만으로도 머리가 지끈지끈한 단어네요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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